♧ 김용화 시 모음/•별, 달 시모음

•별, 달 시모음

김용화 (poetkyh) 2023. 11. 8. 13:32

꼬마 시인

 

 

엄마- 달님이가 자꾸 나를 쳐다봐

괜찮아, 우리 애기 예뻐서 그래

 

엄마- 달님이가 나를 따라와

괜찮아, 우리 애기 함께 놀자고 그래

 

엄마, 엄마- 달님이가 물에 빠지려고 해

울지 마, 달님이는 옷이 젖지 않아

 

세 살짜리 꼬마가

엄마 등에 업혀 소래포구를 건너간다

 

 

보름달

 

 

함뿍 물기 머금은

저 둥근 달

남산만 한 배를 안고 박꽃처럼 웃는 여자

뱃속에 든 태아도

눈을 감은 채

배시시 웃고만 있네

 

 

불두화 피는 밤

 

 

워낭 소리 무심히

빈 뜰을

채우는 밤

 

몽실몽실

달 아래

불두화 벙그는 소리

 

외양간 소가

귀 열고

가만-

눈 감으시다

 

 

달항아리

 

 

그대 떠나고 빈 마을 달이 올랐다

 

비움으로

가득 찬

 

백자 달항아리

 

 

북극성

 

 

별과 별 사이를 거미 한 마리 줄을 늘이며 느릿느릿 건너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별

 

 

밤하늘 반짝이는 별들 속에는

내 눈에만 보이는

별이 하나 있습니다

 

슬픈 밤, 창가에 홀로 앉아 하늘을 보면

자옥한 별 무리 속에

숨은 별 하나 방긋 눈을 줍니다

 

저 별 속에

내가 있고

내 가슴속에 별이 하나 켜집니다

 

 

별에게 묻는다

 

 

철 따라 꽃 피고 새 울고

밤 되면 초록별이 돋는

아름다운 행성에 찾아와

너를 만나 사랑하고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태양은 뜨겁게 타오르고

밤하늘엔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었지

사랑하는 사람아,

해는 중천에 비낀 지 오래

끼륵… 끼륵…

짐을 싸고 신 끈을 매고

이젠 악수를 청해야 할 시간,

삼길포 하늘길은 붉게 타는데

너와 나는 각자

어느 별에서 날아와

어느 별을 찾아가는 가엾은 새냐

 

 

별이 지는 밤

 

 

키 작은 사람끼리 머리를 맞대고

사는 마을

하루해가 수리봉을 끼고돌아 용봉산을 넘어가면

 

하늘에도 샘물에도

곤하게 잠든 사람들 가슴속에도

환한 별이 뜹니다

 

아이들 자라서 뿔뿔이 흩어지고

눈매 깊던 할아버지들

매봉산 별똥별로 떨어져 단잠을 잡니다

 

할머니 몇 분

마을회관 빈방에 갇혀

솔부엉이 울음소리 세어가며

새우잠이 드는 시간

천지 가득 고욤꽃 흩날리며 별이 집니다

 

 

아름다운 이름 하나

 

 

하늘에 작은 별 하나
빛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밤 꽃들이 피어나
하늘길 밝혔을까

강가에 꽃 한 송이 
피어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밤 별들이 반짝이며
강물 위에 빛났을까

하늘과 땅 사이

아름다운 이름 하나,

얼마나 더 많은 밤

잠 못 이루고

사무쳐야

내 가슴에 피어날 수 있을까

 

 

살기 위하여

 

 

혼자 술을 마신다 또 하루를 살고

하루분의 먹이만큼

작아진 몸으로

기름방울처럼 물 위를 떠돌다가

가련한 짐승들 어미 품에 잠든 곁으로 돌아와

혼자 술을 마신다 살기 위하여

조금씩 작아지며 나는

죽어간다

얼마나 더 작아져서 죽어질 것인가

기우는 밤, 작은 별들이 하늘에 떠 있다

 

 

볼우물

 

 

젖가슴 봉긋이 드러나던

열다섯 그니는

 

풀 목걸이 걸고 배시시 웃을 때

볼우물이

깊게 패이곤 했다

 

그 드맑은 우물 속에 퐁당,

청개구리처럼

뛰어들고 싶던 밤이 있었다

 

초아흐레 연한 달빛이

삼박삼박-

갈잎에 베어져 드러눕던 밤이었다

 

 

J 시인에게

 

 

이 밤사 청잣빛 그리움에

알알하게 취해

고전의 숲을 걸이 나오며 옷고름 고쳐 매는

그대, 왜철쭉 같은 너를 만나

달빛에 얼굴 그슬리도록

저 달

바라보고 싶네

 

 

별꽃

 

 

하늘나라 아기별들이 밤사이 놀러 나왔다 금기를 깨고

새벽닭 울기 전에 돌아가지 못해 빛을 잃고 꽃이 되는

벌을 받았으리라

낮 동안 강한 햇볕 아래 작은 꽃잎 앙다물고 있다가

밤 되자 저 도저한 향기를 한껏 뿜어내고 서 있는, 너는

 

 

 

 

별, 달, 물, 풀, 산, 들, 꽃

 

그리고

 

너와

 

 

낮달

 

 

고욤꽃 밥풀처럼 뿌리던 날

울면서 내 팔에 매달리던

달팽이 같은

여자,

풀섶에 떨어뜨리고 간 빛바랜

손거울

 

 

개밥바라기별

 

 

개장수 줄에 묶여

끄-을려가던

복실이

 

울음빛 노을 속에

산모롱이

돌아갈 때

 

찬찬히

뒤따르던

 

개밥바라기별

 

 

아름다운 밤

 

 

마을 사람들 떠나고 없는

빈 마을의 밤

 

우물가 길섶에

이름 모를 작은 풀꽃들 피어나

밤을 밝혀 주네

 

엄마별

아기별

 

길 잃지 마라고

 

 

마중 2

 

 

한없는 들길

등불 하나

간다

 

말밖재-구레뜰-찬물내-회다리

지나

 

별과 별 사이

작은 별도

함께 간다

 

개구리울음

저 건너

아버지

먼- 기침 소리

 

 

아무도 모르리

 

 

아무도 모르리, 지상의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리

70년대가 막 저물어가던 무교동이나 청진동 낙지골목 어디쯤

통금 사이렌이 고막을 찢고 탐조등 불빛이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도심 한복판을 샅샅이 핥아내던 후미진 골목

페인트칠 희미한

긴 등받이 의자 비스듬히 기대고 앉아

우리 둘은 온몸이 달아 입술과 입술이 젖은 풀잎처럼 포개져

밤을 밝히고 있었다는

이 엄연한 사실만큼은

아무도 모르리, 지상의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리

다만, 밤을 새워 반짝이며 어깨를 토닥여 주던 저 별들밖에는

 

 

새벽달

 

 

소쩍새 울음

잦아드는 밤

배꽃가지 꺾어 들고 숨죽이던

달아

 

흐드러진

풀꽃더미 속에서

아린 가슴 뜯어내며 뒤척이던

달아

 

옷고름 매고

남몰래 산을 넘다

대추나무 가지 끝에 걸려 있는 저

달아

 

 

금성일식

 

 

두꺼운 구름 커튼 열고 살구빛 태양이

살짝, 수지운 얼굴 내밀었다

구름 빛 차차 엷어지며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져나가자

살구빛 얼굴이

진한 감빛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2012년 6월 6일,

좁쌀만한 점으로 나타난 금성이 태양의 흑점 사이를 뚫고

가슴 한복판을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07시 9분 38초부터

13시 49분 35초까지

하늘과 땅, 온 우주가 숨죽이는

아… 고요하여라…

황홀하게도 슬픈, 슬프게도 황홀한

세기의 만남, 그 순간을,

굵은 땀방울 뚝, 뚝, 떨어뜨리며

달궈진 태양의 몸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얼마나 긴 세월 기다렸을까

이토록 짧은 만남을 위해,

산길 들길 먼 하늘길 에돌아 105년 뒤 다시 찾아오마고

머리맡에 달랑,

쪽지 한 장 써 놓고

또다시 먼 길 떠나버린 바람둥이, 떠돌이별

 

 

금성

 

 

인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하냥

희로애락 함께 해온 새벽별, 금성,

어둑새벽 동쪽 하늘 끝

각시방 놋요강처럼 반짝이는 샛별,

쏙독새 가슴 저미는 저녁

소복한 청상 입술 깨물며 맞던 어둠별,

적소에서 흰 머리털 날리며

고초앉아 우러르던 효성, 계명성,

양떼를 몰고 나갈 때

해가 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목동들 비춰주던 목동별,

저물녘 개밥그릇에 밥풀처럼 붙어

게슴츠레 빛 발하던 개밥바라기별,

태백, 태백성, 장경성,

비너스, 루시퍼, 아프로디테,

이름만큼 하 곡절도 많은 떠돌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