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시집/•벙어리부엉새-(2025)

응봉국민학교 2

김용화 (poetkyh) 2020. 8. 6. 18:06

잠이 안 와 종이에 낙서하듯 써 본 글이닝께니

친구들말여, 그냥 읽어나 보랑께

1965년은 우리가 6학년 되던 해였잖아

비 한 방울 주지 않아 하늘만 쳐다보던 참에

방학식 전날부터 하늘이 뚫려버린 듯

한꺼번에 모아 뒀던 빗물까지 쏟아붓는 바람에

우리 1반 남자 68명, 2반 여자 40명은

운곡리 권오범 선생님 댁

늦모를 심으러 갔었잖아, 기억 나?

마른갈이 물 고여 손끝이 얼마나 아리고 아팠던지

늦은 점심 먹으러 가 선생님 댁

부잣집 널따란 대청마루에 앉아 있던 일

다행히 그해 농사가 잘돼 평년작 웃돌았다며

사은회 날 특별히 흰떡을 빼 오셔서

어깨 으쓱대고 나눠 먹으며 헤헤대던 일, 생각 나?

단기사이구사년 3월 2일에 입학해 우리는

혁명 공약을 다 외우지 못하고

1966년 2월 9일 졸업식을 했지

졸업식 다음 날은 종일토록 비가 내렸어

나는 곰팡냄새 쿰쿰한 골방 구석에 옹크리고 앉아

소리 없이 내리는 장지문 밖 빗소리에

귀를 박고 홀짝대며

소리 내 울던 졸업식장 2반 계집애들

울음소릴 듣고 있었다네

지금쯤 할머니가 다 돼 있을 6학년 2반,

예쁘긴 했지만 쌀쌀맞던 고 계집애들 울음소리가 말여

허허, 지금도 말여

내 귓속에선 생생허게 들려오고 있다닝께 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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