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서 날아온 엽서가 가을비에
젖고 있다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네요.
꼭꼭 눌러쓴 깨알 글씨가
핑크빛 쪽지 속에서 꼬물거리고 있다
지웠던 생각들이 새록새록
미나리 새순처럼 머리를 쳐들었다
긴 머리가 젖고 있었다
체크무늬 짧은 치마도 할 수 없이 젖고 있었다
빗방울과 빗방울 사이로
오목눈이 작은 새가 포로롱 날고 있었다
한 번 더 우리 사랑이
길 위에서 비 맞고
맨발 벗은 그녀가 울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한참을 가다 뒤돌아보니
읍내로 갈라지는 길목에 고갤 숙이고
가만히 비를 맞고 서 있었다
불러도 답이 없었다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네요.
멀리 밤 기차가 가슴을 때리며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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