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시집/•벙어리부엉새-(2025)

가을 엽서

김용화 (poetkyh) 2022. 8. 19. 15:51

 

 

그녀에게서 날아온 엽서가 가을비에

젖고 있다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네요.

꼭꼭 눌러쓴 깨알 글씨가

핑크빛 쪽지 속에서 꼬물거리고 있다

지웠던 생각들이 새록새록

미나리 새순처럼 머리를 쳐들었다

긴 머리가 젖고 있었다

체크무늬 짧은 치마도 할 수 없이 젖고 있었다

빗방울과 빗방울 사이로

오목눈이 작은 새가 포로롱 날고 있었다

한 번 더 우리 사랑이

길 위에서 비 맞고

맨발 벗은 그녀가 울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한참을 가다 뒤돌아보니

읍내로 갈라지는 길목에 고갤 숙이고

가만히 비를 맞고 서 있었다

불러도 답이 없었다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네요.

멀리 밤 기차가 가슴을 때리며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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