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를 살고 보니 영혼을 담았던 몸도
몸을 기댔던 집도 별수 없이
낡고 허물어
조심조심 다루는 수밖에 없게 됐구나
허구한 날 방구석에 처박혀
빈둥빈둥 낮잠이나 뒹굴다
꿈인지 생시인지 용케도 남은 동창생
몇이 만나 국밥 한 그릇씩 비우고
조금씩 저무는 소식이나 귓속말로 주고받다
늙은 아내 곤하게 잠든 곁으로 돌아와
발바닥에 스킨을 발라 보고
무릎관절에 파스를 옮겨 붙여 보다
지구 반대편에서 걸려 온 낯선 손녀 목소리를 짧게 끊고
새해에는 벽지라도 새것으로 붙여 볼까나
그동안 내 곁을 오로지해온
우리 집 착한 단비,
이쁘게 이쁘게 미용도 시켜 주고
멋진 옷이라도 사 입혀 볼까나
구시렁구시렁 궁리나 하다 저무는 섣달그믐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