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시집/•벙어리부엉새-(2025)

섣달그믐 밤의 궁리

김용화 (poetkyh) 2023. 2. 23. 00:51
 

70여를 살고 보니 영혼을 담았던 몸도
몸을 기댔던 집도 별수 없이

낡고 허물어

조심조심 다루는 수밖에 없게 됐구나
허구한 날 방구석에 처박혀

빈둥빈둥 낮잠이나 뒹굴다

꿈인지 생시인지 용케도 남은 동창생

몇이 만나 국밥 한 그릇씩 비우고

조금씩 저무는 소식이나 귓속말로 주고받다
늙은 아내 곤하게 잠든 곁으로 돌아와
발바닥에 스킨을 발라 보고

무릎관절에 파스를 옮겨 붙여 보다
지구 반대편에서 걸려 온 낯선 손녀 목소리를 짧게 끊고

새해에는 벽지라도 새것으로 붙여 볼까나
그동안 내 곁을 오로지해온

우리 집 착한 단비,

이쁘게 이쁘게 미용도 시켜 주고

멋진 옷이라도 사 입혀 볼까나

구시렁구시렁 궁리나 하다 저무는 섣달그믐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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