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시집/•벙어리부엉새-(2025)

부루쌈*

김용화 (poetkyh) 2023. 4. 23. 15:28

촌가 아낙들 밭일 허름해지면

꽁보리밥 한 덩이씩

치마 속에 꾸리고 가
이웃집 대청마루

치맛자락 훌러덩 올리고 둘러앉아

부루 여러 장을 포개

꽁보리밥 한 술에 묵은 된장 

숟가락 꼬챙이로 찍어 발라
부릅눈 뜨며 입안 가득 욱여넣고

매운 고추 하나 질근 깨물면

눈물 글썽,

콧등엔 송송 굵은 땀방울 맺히곤 했었지
게으른 여름 해 꼬랑지

싸리울에 걸릴 때까지

곯아떨어져 꿀잠을 자다

일소 방울 소리 가찹게

다가오면

소스라쳐 일어나 돌아들 갔었지

 

* '부루'는 '상추'의 옛말, 혹은 충청도 말.

잎이 작고 쓴맛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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