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시집/•벙어리부엉새-(2025)
끝물 고추밭에
제 이름이 고추인 줄도 모르는
고추잠자리들이 날아와
꽁지를 달싹이며 덩달아 함께 익어 간다
조롱박 덩굴손이 느릿느릿
돌담을 기어오르다 문득 멈춰 선다
늙은 허수아비가 바람결에 벗겨진 모자를
비스듬히 고쳐 쓰며
멋쩍게 웃어 보이는
황금 들판